- 제목 : 귀문 GUIMOON : The Lightless Door (2021)
- 개요 :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심덕근
- 출연 : 김강우 (도진 역), 김소혜 (혜영 역), 이정형 (태훈 역), 홍진기 (원재 역), 엄채영 (미린 역), 장재호 (석호 역), 이화영 (도진 엄마 역)
시간 순서대로 본 사건들
장소는 귀사리의 한 수련원이다.
1990년 8월 윤미린이라는 해리성 장애를 갖고 있던 중학생이 실종된다. 사실은 친부의 학대로 사망했으며 수련원의 벽 속에 매장되었다.
같은 해 9월 10일. 관리인 김석호는 윤미린 원혼의 꼬드김에 넘어가 수련원에 있던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이때 집단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지박령이 되어 이 수련원에 갇히게 된다. 그 뒤로 이 수련원에 오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는다.
1996년 2월 18일. 섣달 그믐날, 음력으로 12월 30일이면 수련원 옥상 위로 저승의 달이 뜬다는 소문을 믿고 그것을 촬영하러 세 명의 대학생들이 수련원 안으로 몰래 들어온다.
그들은 옥상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카메라에 붉게 찍히는 달을 촬영한 뒤, 나가려고 옥상에서 내려가지만 모두 죽게 되고 결국 이들 또한 지박령이 되어버린다.
친구를 죽이면 너만은 집에 보내주겠다는 원혼의 꾐에 넘어간 태훈이가 친구들을 살해하고 만 것이다.
1998년. 폐수련원 앞에서 한 무당이 굿을 하게 된다. 지박령을 보내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박령들의 힘에 눌려 자신의 목을 칼로 찌르고 죽게 된다.
2002년 2월 11일. 4년 전 수련원 앞에서 굿을 하던 엄마가 죽고 난 뒤, 도진은 그 수련원의 원혼들을 모두 제령하고 엄마의 혼을 편히 보내주고 싶어서 수련원으로 향한다.
자정이 되어가는 시각, 수련원 안으로 들어간 도진은 문 안쪽에 무언가를 적어 넣고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날로 들어가게 되는데, 수련원의 지박령들을 지배하는 자가 애초에 생각했던 관리인 김석호가 아니라 윤미리 임을 알아낸다.
그러다 대학생인 혜영과 태훈과 마주치는데, 함께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으려고 하지만 같은 공간을 계속 맴돌기만 하고 문을 찾지 못한다. 알고 보니 혜영과 태훈도 과거의 사람들이며 이미 죽은 원혼들이었다. 도진인 그들을 제령하고자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도진은 자신이 들어왔던 문을 찾아내서 나가보지만, 어째서인지 같은 공간인 수련원 안쪽이다. 다시 문을 열고 나가봐도 역시 수련원 실내이다.
그가 처음 들어올 때 문 안쪽에 적어 넣었던 문자의 뜻은 "죽은 자는 이 문을 나갈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어서 끊임없는 원혼의 웃음소리와 속삭임이 들린다. '어디서부터 반복된 걸까?'
자신이 죽었음을 알게 되고 좌절한 도진은 스스로를 칼로 찌르려고 하지만, 마지막 자기 이름 석 자를 외우기 전에 김석호의 삽에 공격당하고 만다.
생각보다 무능한 도진과 무당 엄마의 소소한 도움
영화 초반에 보면 도진은 '귀신 잡는 강남 퇴마사 서도진'으로 소개되며 신문에도 여러 번 실린 것으로 나온다. 유능한 천재 퇴마사의 이미지였는데, 사실 수련원 안에서의 도진이는 해낸 일이 별로 없다.
김석호와 마주쳤을 땐 매번 당하기만 했으며, 결국엔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수련원 안으로 떠돌면서 나가려고만 한다.
자신이 죽었음을 알아챈 후에 스스로 제령하고자 했을 때조차도 김석호에게 공격당해 실패한다.
자기 능력을 너무 높이 평가했던 걸까? 무능력할 뿐 아니라 어리석었다.
영화 보는 내내 생각보다 무능력한 도진이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꼈다. 원혼들이 사방에서 잡아당길 땐 도진인 그저 소리를 지르며 몸을 흔드는 게 전부일 뿐이었다.
이렇게 혼자 잘할 수 있는 게 없는 도진이다 보니, 무당이었던 엄마의 혼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그 또한 그다지 시원한 장면 없이 답답함만 연출되었다.
처음 도진이가 김석호의 원혼이 휘두른 삽에 머리를 맞고 바닥에 쓰러졌을 때, 다시 김석호가 삽을 휘두르려 했고 그때 무당이었던 엄마의 방울 소리가 들린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김석호는 사라지고 없었다.
두 번째, 태훈이가 혜영일 공격하는 바람에 같이 쇠창에 찔려 크게 다친 도진이가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계단에서 굴러 잠시 정신을 잃는다. 그때 머리를 어루만지는 엄마의 손길을 느끼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 외에는 무당 엄마의 도움이 등장하지 않았다. 참으로 소소한 도움이다.
임팩트 없던 반전들 중에 내가 느낀 반전은
이 영화 속에서 나름 반전을 찾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수련원의 지배자는 김석호가 아닌 윤미리.
- 도진이 마주친 대학생들이 사람이 아닌 과거에 이미 죽은 원혼들이라는 것.
- 대학생들은 원혼이 죽인 게 아니라, 자기만 살고자 했던 태훈이가 원혼이 시키는 대로 친구들을 살인한 것.
- 죽은 사람은 나갈 수 없는 문.
그러나 그러한 반전들이 밝혀지는 과정이 임팩트가 없어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입장에서 느낀 반전은 따로 있다.
- 기대했던 도진이가 보여준 의외의 무능력함.
- 뭔가 큰 도움을 줄 줄 알았던 무당 엄마의 소소한 도움.
- 도진이가 문에 적어놓은 문구의 뜻.
원혼들이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문에 주문을 걸어 놓았지만, 본인이 죽어서 못 나가게 될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그런데 도진은 그럼 언제 죽은 걸까?
머리에서 검은 피를 흘리고 있어서 귀신임을 바로 알 수 있었던 태훈과는 달리 도진은 김석호한테 머리를 얻어맞고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죽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도진이는 그때 죽었던 걸까?
마지막 장면에서 스스로 찌르기 위해 칼을 내려다볼 때는 도진의 손바닥에 흥건하게 검은 피가 고여있긴 했다.
도진이는 도대체 언제 죽은 걸까? 이 영화를 두 번 돌려봤지만 찾지 못했다.
공포영화가 15세 관람가일 때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다.
때문에 큰 기대 없이 보기는 했지만, 마지막 여운은 찝찝함과 허탈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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