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콜 The Call (2020)
- 개요 : 스릴러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이충현
- 출연 : 박신혜(서연 역), 전종서(영숙 역), 김성령(서연 엄마 역), 이엘(신엄마 역), 박호산(서연 아빠 역), 오정세(박성호 역), 엄채영(어린 서연 역), 조경숙(중년 선희 역), 김민하(어린 선희 역)
전종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우선 이 영화를 얘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게 배우 전종서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전종서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 <콜>에서 전종서는 극 중 역할인 '오영숙' 그 자체였다. 전종서 아닌 오영숙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영화가 전종서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겨우 두 번째 작품을 했을 뿐인 신인 연기자가 이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주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첫 번째 영화인 <버닝>은 내가 보지 못한 영화라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콜>에서의 전종서 연기를 보고 나니 <버닝>도 보고 싶어졌다.
전종서는 첫 번째 영화 <버닝>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두 번째 영화 <콜>을 통해서는 제57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영화부문 올해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데뷔하자마자 대단한 인기와 주목이 아닐 수 없다.
이어서 할리우드에까지 진출했으니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이대로만 잘해나간다면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콜>은 푸에르토리코+영국의 영화 <더 콜러>(2011)가 원작이다. 과거와 현재가 전화로 연결이 된다는 설정과 중간중간 작은 사건들을 비슷하게 따왔지만 그 외 전체적인 주인공들의 상황은 다르게 그려졌다.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오기 시작한 전화. 알고 보니 20년 전 지금의 서연이 집에 살던 28살의 영숙이가 거는 전화가 현재의 서연에게 걸려오는 것이다.
통화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현재의 서연과 과거의 영숙이가 서로의 시대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며 친밀함을 쌓아간다.
현재 서연이는 아빠를 화재로 잃은 후, 엄마도 뇌종양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이고, 아빠의 사망원인인 화재도 엄마가 낸 것이라고 믿어서 엄마와의 사이도 좋지 못하다.
그런데, 당시 불이 났던 날 과거의 영숙이가 서연의 집으로 가서 아빠를 구해내게 된다.
그 즉시 현재의 서연이가 있던 공간이 뒤틀리면서, 서연의 모습과 주변이 모두 변하게 된다. 사망했던 아빠가 곁에 있으며 가정도 매우 화목하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고 있는데, 그 시간은 지속적으로 같은 템포로 흐르고 있다.
서연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과거의 영숙이가 신엄마로부터 살해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일을 영숙에게 전한다.
영숙이는 서연이의 정보 덕분에 화를 면하고, 대신 신엄마를 죽이게 된다.
해방감을 느낀 영숙은 동네에 살던 청년 박성호도 죽이는 등 양심의 가책도 없이 거리낄게 없이 지낸다.
그런 영숙을 보며 공포를 느낀 서연은 영숙의 전화를 받지 않게 되고, 화가 난 영숙은 자기가 살렸던 서연의 아빠를 죽이게 된다.
때문에 다시 바뀐 서연의 현재. 함께 아빠와 차를 타고 달리던 중이었는데 곁에 있던 아빠가 사라져 버리고 서연은 오열한다.
결국 서연이는 영숙의 전화를 다시 받는다. 영숙이는 남아있는 엄마마저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자기가 왜 경찰에게 잡히게 되는지 정보를 달라는 영숙의 요구에 거짓 정보를 주어 화재사건이 나는 장소로 영숙을 유인하지만, 영숙은 살아 돌아온다.
서연은 경찰수첩의 내용이 바뀌는 걸 보면서 과거의 상황을 짐작해보며 현재의 영숙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다.
과거의 엄마와 통화해서 상황을 바꿔보려 한 것인데 현재의 영숙과 마주쳐서 집 안에서 쫓고 쫓기는 싸움을 하게 된다.
당시, 과거의 영숙은 서연의 아빠를 죽인 후 어린 서연이를 감금하고 있었다. 과거의 서연 엄마는 딸과 남편을 찾으러 경찰과 같이 영숙이의 집으로 들어갔고, 남편에게 건다며 전화를 걸었는데 현재의 영숙이 집에 있던 현재의 서연이가 받게 되었다.
그 집에서 도망치라는 서연의 경고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과거의 영숙이가 재빨리 경찰을 죽였고, 그때부터 과거의 서연 엄마와 영숙이는 싸움을 벌인다.
전화로 연결된 현재의 서연이가 대처할 방법을 알려 주지만, 서연 엄마는 속절없이 당하게 되는데, 영숙이가 어린 서연이를 죽이려는 순간 달려와서 영숙이를 끌어안고 2층에서 떨어지고 만다.
그 순간, 서연이의 눈앞에서 칼을 들고 죽이려던 영숙이가 사라지고 없어진다.
서연이는 당시 엄마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어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아빠의 무덤 앞에서 엄마와 만나게 된다. 엄마에게는 과거 영숙과의 싸움 때문에 생겼던 칼자국 흉터들이 남아있었다.
다정하게 길을 걸어 내려가는 서연이와 서연 엄마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개운하지 않은 결말
영화가 그렇게 끝이 나나 했는데 이어지는 쿠키영상.
알고 보니 과거의 영숙이는 서연이와만 통화를 했던 게 아니고, 현재의 영숙이 와도 통화를 해왔다. 영숙이는 경찰과 서연이 엄마가 곧 올 것이며, 죽을 수도 있다는 현재의 영숙이의 경고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2층에서 떨어진 후, 영숙이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다.
그리고, 현재, 길을 걷는 모녀의 뒷모습에서 서연 엄마의 모습이 희미하게 사라지고 만다.
결국 눈을 뜬 영숙이가 서연의 엄마를 과거에 죽인 것이다.
또한, 과거 어린 서연이가 흰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의자에 묶여 있었던 것처럼, 어른이 된 서연이가 의자에 앉아 보자기를 뒤집어쓴 채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당시 어릴 때 감금당해 있던 상황에서 어른이 되도록 벗어나지 못했던 걸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영상을 두고 사람들의 해석이 다양하지만 나는 '이런 결말도 있을 수 있다'라는, 또 다른 결말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연 아빠를 영숙이가 죽였을 때, 차 안에 같이 있던 아빠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었고, 아빠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부터 서연이가 울면서 소리를 질러댔던 걸 생각해 보자.
옆에서 같이 걷던 엄마가 희미하게 사라지는데도 서연이는 그걸 모르는 듯 계속 편안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 때문에 그게 당시에 실제로 벌어진 일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말이 썩 개운한 건 아니다.
씁쓸함만 남을 뿐, 영숙이가 죽었다고 해서 통쾌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그 힘든 과정을 거치고 결국 서연이가 얻은 것은 엄마와의 관계 회복 정도이지 많이 얻은 것도 없다.
영숙이가 신엄마한테 살해당할 운명임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영숙의 신엄마가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
영숙이 때문에 동네의 청년도 죽었고, 경찰도 죽었으며, 칼을 주웠던 고물상 할아버지도 영숙에게 살해당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서연이가 함부로 영숙의 미래를 알려주는 게 못마땅했다.
"연쇄살인마 오영숙 무기징역 선고"라는 기사를 봐놓고서는, 진짜 네가 그랬냐며 따져 묻다니.
서연이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참 답답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자기가 왜 잡혔는지 알아내고 그걸 피할 방도를 찾게 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 와중에서 과거의 영숙이가 서연이를 해코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
영화 내내 너무 영숙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끌려다니는 서연이가 답답했다. 저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까, 좀 더 영리하게 처신할 수 있지 않나 하며 답답함을 참으며 봐야 하긴 했지만, 한시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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